서론.
내가 처음 콘돔을 손으로 만져본 계기는 중학교 사생대회 였다. 호기심 넘치는 반의 남자학생하나가 지하철 자판기에서 콘돔을 몰래 샀고, 그걸 꺼내서 늘려보기도 하고 장난도 치다가 선생님께 혼쭐이 났던 장면이 기억난다.
그 후 내가 사용하기 위해서 처음 콘돔을 구매한 것은 편의점이었고, 그이후로도 계속해서 편의점을 이용해서 콘돔을 구입했다. 연애를 하면서 콘돔을 여자친구 측에서 준비한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콘돔이 남자의 신체에 사용하는 물건이어서 였을까. 물론, 여성을 위한 페미돔이라는 제품이 있찌만, 유튜브 영상을 통해 본 결과 일반적인 대한민국의 남녀커플이 사용할 제품이라기에는 너무나 그로테스크했다. 아마도, 콘돔을 상시 준비해서 들고 다니는 여성에 대한 시각도 페미돔을 사용하는 여성에 대한 그 시각 만큼이나 부정적일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본론.
나는 9월 첫째주 주말에 소개팅을 하게 되었다. 비슷한 나이대의 여성분이랑 만나게 되었는데, 진주에 있는 교대에 입학하여 두번째 학부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몇 번의 만남을 가졌고, 우연인지 필연인지 나는 9월 마지막주 진주 등불축제를 기하여 그 사람이 주중에 수업 때문에 기거하는 진주로 떠나게 되었다.
일차시도. 경부 고속터미널 승강장 편의점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상당히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콘돔을 구매하는 셈이었다. 다행히도 상당히 잘 보이는 위치에 있었고, 그걸 집어들려는 찰나에 사람들이 편의점으로 우르르 들어왔고, 나는 콘돔을 그자리에서 사는것을 포기하고야 말았다. 왜냐하면 나는 안경을 착용하면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급격히 하락하기 때문이다.
이차시도. 찜질방에서 자고난 다음날.
사실 콘돔을 샀더라도 전혀 사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숙소를 묻는 그녀의 질무네 근처 찜질방을 알아뒀다고 말해버렸고, 아주 자연스럽게 그녀는 나를 그 찜질방까지 데려다 주었다. (내가 먼저 집까지 데려다 준다고 했음에도!) 어찌됐든 찜질방에서 자고 다음날 아침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한 나는 목이말라 그녀와 편의점에 갔고, 그녀 몰래 과제를 위해 콘돔을 사려했으나, 바로 옆에 붙어있었기 때문에 구입에 실패하고야 말았다.
삼차시도. 집에오면서 집근처 왓슨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며, 집근처 편의점에서 콘돔을 사려했으나, 좀더 제대로된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서 나는 옆에있는 WATSONS로 향했다. 여성 점원이 2명 있었는데 나는 개의치 않고 당당하게 해당 물품을 골라 딱 콘돔하나만 카운터에 올려두었다. 즉시, 한명의 여성분은 고개를 돌리고 카운터 밖으로 나갔고, 남은 한명의 점원은 어색한 미소를 띄면서 계산해 주었다. 내가 성희롱을 하는 사람이 된 기분이라서, 어색하고 딴청을 부리면서 나도 쑥스러운척을 하고야 말았다.
분석.
첫 번째, 앞서서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첫번째로 콘돔구입을 시도했을때 실패했다는 얘기를 했다. 그당시 알이 두꺼운 안경을 끼고있었기 때문에 콘돔이라는 섹슈얼리티가 충만한 물건을 사기에 충분히 성적매력이 있지 않다고 지레짐작한 것이다. 나 스스로 외모 때문에 자아를 억압한 상황이라고 볼수있을 것이다. 물론 현대사회에서 남성의 외모도 취업, 연애에 있어서 경제력 만큼이나 중요한 상황이 되었지만, 여전히 외모를 가꾸는 행위는 여성에게 강요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외모 때문에 억압당하는 상황은 여성에게 더 많이 작용하는 폭력상황일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느낀점은 나 스스로 섹슈얼리티와 성희롱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동안 한번도 콘돔을 여성점원이 계산하는 편의점에서 사본적은 없으며, 이번경우처럼 여성이 대다수의 구매자이고, 판매 점원도 여성 두명이 있던 곳에서 콘돔을 사는 것은 그간 생각도 하지 못한 부끄러운 일이고, 앞으로도 꺼려질 것 같다고 생각한다. 피임이라는 행위는 관계에 수반될 수 있는 원치않는 임신이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책임있는 행위인데도 불구하고, 단지 그것을 감추어야하는 것 야한것이라는 인식을 나부터 고쳐나갈 필요가 있겠다.
세번째 느낀점은 대한민국에서는 피임행위에서 조차 성적 권력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성적 권력관계란 수업에서 언급된 성적 자기결정권과도 연결지어 생각할 수있을 것이다.
수업중에 교수님은 성교육시간에 여학생이 남학생에게 오늘 잘래? 라는 말을 던졌던 상황을 생각해보라고 하셨다. 남학생은 성취감과 뿌듯함을 주로 느끼겠지만, 여학생은 임신에 대한 공포, 주변의 시선에 대한 부담을 걱정해야 할것이라고 했다.
확실히 대한민국에서는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높지 않다. 선진국과 단순 비교를 하는 것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지만 영국의 TV리얼리티쇼 중에는 생부가 명확하지 않은 아이와 어머니, 그리고 생부로 추정되는 사람을 모아놓고 DNA친자 확인 결과를 발표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물론, 양육비 지급의 문제 때문에 친자확인을 하는것일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원하는 여러 남성과 육체적 관계를 맺고 그것이 대중에 알려지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높이기 위해서 어디서부터 문제를 개선해 나가야 할것인가. 내 생각에는 피임,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활용되는 콘돔을 통한 피임에 있어서 남자측에 사용과 준비의 책임을 전부 부담하는 문화부터 고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라는 영화에서는 금발의 경량체구의 여성이 1.2KG의 무게에 달하는 큰 권총을 다른 탐사대원들도 모르게 들고다니다가 꺼내는 장면이 있다. 등장인물의 외모와 상반되는 물건이라는 것도 특이한 점이었지만, 이 장면이 기억에 남은 이유는 ' 이건 콘돔과 같은거지, 언제 필요한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까'라는 대사 때문이다.
남자가 피임도구를 준비해야하고, 그 준비는 전적으로 남자의 책임이며, 피임도구를 잘 챙기면 여자친구를 배려하는 좋은 남자친구, 안챙기면 나쁜놈이라는 프리즘부터 걷어내야 할 것 이다.
콘돔 사용방법에는 늘 등장하는 문구가 있다.
“비틀어서 사용하길 바람.”
“콘돔과 성에 대한 생각을 비틀어서 바라본 결과 편견이 들어가지 않길 바라”면서 이만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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